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반려동물보건사의 하루는 언제 가장 긴장될까? 보호자는 모르는 병원 안의 순간들

by VNA.디어 2025. 12. 13.

반려동물병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강아지, 고양이랑 하루 종일 있으니까 힐링되겠어요.”

물론 귀여운 순간도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보건사의 하루를 돌아보면, 기억에 오래 남는 건 대부분 긴장되는 순간들이다.
그 긴장은 소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조용하고, 빠르고, 눈에 띄지 않게 지나간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보호자가 병원에 없는 시간에 일어난다.

오늘은 반려동물보건사의 시선에서,
“하루 중 언제 가장 긴장되는지”,
그리고 “보호자는 잘 알지 못하는 병원 안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반려동물보건사의 하루는 언제 가장 긴장될까? :보호자는 모르는 병원 안의 순간들
반려동물보건사의 하루는 언제 가장 긴장될까? 보호자는 모르는 병원 안의 순간들

응급 환자가 들어오기 직전, 병원 공기가 바뀌는 순간

병원에서 가장 빠르게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응급 들어옵니다”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순간부터 병원은 다른 공간이 된다.
• 산소통 위치 다시 확인
• 응급 약품과 주사기 준비
• 입원 케이지 상태 점검
• 심박, 체온 체크 장비 준비

이 모든 과정이 말없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때는 누구도 농담을 하지 않는다.
이미 수없이 겪어본 상황이지만, 익숙해질 수는 없다.

응급 환자는 대부분 보호자의 얼굴에 이미 불안이 가득하다.
하지만 보호자가 보는 장면은 병원의 ‘겉모습’이다.
그 뒤편에서는 반려동물보건사들이 아이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눈과 손을 최대한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긴장되는 건, 아이의 상태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 때다.
숨은 쉬고 있지만 호흡이 불안정하거나, 움직이지만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때, 그 미묘한 차이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의 몇 분, 아니 몇 초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이 순간은 늘 긴장될 수밖에 없다.

 

 

진료 전, 아이를 처음 안아보는 짧은 시간

보호자는 진료실에서 수의사와 마주하지만,
그 전에 아이를 처음 안아보는 사람은 대부분 반려동물보건사다.

이 짧은 순간이 의외로 중요하다.
아이의 몸에 힘이 있는지, 숨이 가쁜지, 호흡 리듬이 일정한지, 안았을 때 과하게 예민해하지는 않는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몸 전체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신호를 가장 먼저 느끼는 역할이 반려동물보건사다.

어떤 날은 보호자가 “집에서는 괜찮았어요”라고 말하지만, 안아보는 순간 바로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이럴 때는 진료 전부터 머릿속이 바빠진다.
수의사에게 어떤 부분을 먼저 전달해야 할지,
진료 중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추가적인 보조가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이 모든 생각이 아이를 안고 진료실로 이동하는 몇 초 사이에 지나간다.

보호자는 이 과정을 거의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 진료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수술 후, 보호자가 오기 전까지 가장 조용한 긴장

많은 보호자들이 “수술만 잘 끝나면 안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동물보건사에게 가장 긴장되는 시간은 오히려 수술이 끝난 뒤다.

마취에서 회복되는 과정은 아이마다 반응이 다르다.
숨은 안정적으로 돌아오는지,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지 ,통증 반응은 과하지 않은지,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이상 신호는 없는지

이 시간 동안 병원은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반려동물보건사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아이의 호흡 소리, 미세한 몸의 움직임, 눈을 뜨는 타이밍 하나까지
모두 놓치지 않으려 집중한다.

보호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크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그 전까지 수없이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보호자에게 아이가 무사히 회복 중이라는 설명을 마쳤을 때,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린다.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안도의 순간이기도 하다.

 

 

반려동물보건사의 하루는
눈에 띄지 않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 긴장은 겁이 나서도, 일이 싫어서도 아니다.
말하지 못하는 생명을 대신 지켜보고 있다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보호자가 보지 못하는 병원 안의 이 시간들이
사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다.

오늘도 병원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집중하며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한 번쯤 떠올려주면 좋겠다.